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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해안누리 국토대장정] ⑥ 거제 능포항~장승포항

작성일 : 2013.08.29 조회수 : 1,029

신문사 : 부산일보


▲ S&T모티브 국토대장정 참가자들이 거제시 양지암조각공원의 조각작품을 감상하며 해안누리길을 걷고 있다. 능포~장승포 코스는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여행이 즐겁다. 날씨가 좋아도,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다 좋다. 오히려 실컷 고생을 하고 다녀온 여행은 더 오래 기억되는 묘한 마력을 지녔다. 8월 국토대장정은 폭염을 피해 2주를 미뤘다가 지난 24일 이뤄졌다. 폭염은 피했지만 그래도 더웠다. 게다가 비까지 내려 길이 힘들었다. 길을 나서고 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에는 아예 장대비가 쏟아졌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길은 긴 오르막과 긴 내리막을 반복했다. 비옷을 입은 국토대장정 대원들의 행렬은때때로 장엄했다.


■ 만나면 좋은 친구

낮 더위를 피해 새벽 4시에 출발했다. 대장정 출발지인 거제 능포항까지는 2시간 남짓. 태양이 제 몸을 달구기 전에 일정을 마친다는 계획이었다. 연일 30도가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지만 예상과 달리 132명이 참가했다. 아무리 폭염이 기승을 부려도 세 자릿수는 보장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폭염 때문에 참가자가 줄면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준비팀의 기대(?)도 여지없이 무너졌다.

한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나 만난 대원들은 여전히 늠름했다. 이제 6회째니 얼굴을 보면 짐작이 가고, 서로 눈인사 나누는 사람도 제법 많아졌다. 비록 해안누리를 타박타박 걷는 길 위에서 스치듯 만났지만,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에 대한 동질감은 꼭 오래 못 본 가족을 만나는 것처럼 푸근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걷는 것은 이제 불문율이 됐다. 여러 대의 차량이 동시에 도착하니 선두 대열이 앞으로 쭉 나가줘야 길이 엉키지 않는다. 역대 최소 인원이 참가했지만, 대열은 꼬리를 물고 길게 이어졌다. 능포항을 바라보며 씩씩하게 걷기 시작했다.

고작 오전 6시가 조금 지났을 뿐인데도 더위가 훅 느껴졌다. 습도가 높은 것도 한몫했다. 사진을 찍느라 선두와 후미를 두어 번 왔다 갔다 하니 옷은 이미 흠뻑 젖은 상태였다.

능포항은 좌우 방파제가 긴 팔처럼 바다를 감싸고 있다. 방파제는 인공 구조물이지만 바다와 잘 어울렸다. 등대 때문일까. 촉수처럼 빨간 등대와 흰 등대는 뱃길을 인도했다. 해안누리를 걷는 장대한 대열이 능포항의 벌린 팔에 안기듯 빨려 들어갔다.

본격적으로 이어지는 해안길. 동편방파제 소공원에서 피서를 즐기던 아저씨 몇 명이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을 보며 깜짝 놀라 당황했다. 서로가 서로를 구경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방파제 해안길을 지나 양지암으로 가는 임도에 들어서자 산책을 나온 주민이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예감이 좋다.



■ 반가운 빗줄기


▲능포항에서 양지암 전망대로 향하면서 어두컴컴한 숲길을 오르고 있는 국토대장정 참가자들.

양지암은 능포에서 바다를 향해 쭉 뻗은 곶부리를 이르는 말인가 보다. 작은 반도는 길게 바다를 향했다. 새벽인데다 흐린 날씨 탓인지 임도로 접어드니 어두컴컴했다.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아 손전등을 켰다. 비가 조금씩 뿌리기 시작했다. 이른 새벽에 이 숲길로 승합차 한 대가 들어왔다.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끝이 막힌 길인데 무슨 생각으로 들어 온담.' 속으로 핀잔을 주고 있는데 알고 보니 비옷을 싣고 헐레벌떡 달려온 지원팀의 차였다. 비옷을 건네받는 손이 머쓱했다.

임도가 끝나자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됐다. 길지는 않지만 가파른 산길을 오르려니 비인지 땀인지 분간이 안 되는 물기에 몸이 젖었다. 빗방울은 생각보다 차가워 청량감마저 들었다. 맨몸으로 비를 받아도 좋으련만. 짧은 오르막이 끝나자 멋진 정자가 나타났다. 그 옆엔 쉴 수 있는 나무데크도 있었다.

정자에 한 번 올라가보고 싶지만 대열에서 이탈하는 게 쉽지 않다. 그때 한 사람이 성큼성큼 2층 형태의 정자로 올라갔다. 저곳엔 또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뒤따라 계단을 밟았다. 비를 맞는 고요한 바다가 있었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한참이고 오래 있어도 좋을 곳이었다. 색다른 풍경은 약간의 수고에 대한 보상이다. S&T 모티브 사원인 윤홍재 씨가 이끈 풍경이었다.

하늘로 쭉쭉 뻗은 편백나무 숲길을 지나니 산림욕장이다. 비는 세차게 쏟아져 대지를 적셨다. 말라 가던 초목들이 환호를 지르는 듯했다. 오랜만에 오는 비를 직접 맞고 걸으니 나무처럼 온몸이 물을 빨아들이는 느낌이다. 지심도와 공곶이가 보인다는 전망대는 앞이 확 트여 있었지만 아쉽게도 풍경은 해무에 가렸다.

임도를 통해 어느새 산림욕장까지 달려온 지원차량이 잘 씻은 오이를 한아름 내놓았다. 입안에 '아싹'하는 소리와 함께 퍼지는 향이 진했다. 백일홍이 흐드러지게 핀 고운 길을 다시 걸었다. 거대한 조각품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양지암조각공원. 작품 사이사이로 난 길을 걸었다. 음수대조차 예술작품이었다. 물이 정말 나오나 싶어 수도꼭지를 누르니 맑은 물이 콸콸 치솟았다.



■ 해무 덕분에 퍼질러 앉다


▲장승포 해안도로를 내려서고 있는 참가자들. 해안도로에서는 장승포항이 한눈에 보인다.

산길을 벗어나 장승포 해안도로로 들어섰다. 인도는 사람들이 걷기 좋았다. 저만치 몸의 균형이 예사롭지 않은 여성 한 분이 가고 있어 눈이 번쩍 뜨였다. S&T모티브 김택권 사장이 옆에서 "우리 회사에서 제일 유명한 마라토너"라고 소개했다.

종아리를 살짝 봤더니 근육이 정말 탄탄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란 건 그 다음이었다. 각종 마라톤대회에서 수차례 우승한 그가 대학생 아들을 둔 마흔다섯의 주부라는 것이다.그는 곧 중국과 일본의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할 계획이라고 했다.

장승포 시내로 들어섰다. 수협 앞에서 할머니 세 분이 해산물을 팔았다. 호래기, 꼬치고기, 갈치, 전갱이. 호래기는 생으로 먹어도 된다며 입에 넣어 주었다. 지나가던 아저씨가 "초장을 찍어 먹어야 맛있제"라며 핀잔을 주었다. 얻어먹은 게 미안해 조금 샀다.

이번엔 인원이 적어 식당을 예약했다고 했다. 푸짐하게 차려진 간장게장이 먹음직스러웠다. 일정도 일찍 마쳤겠다, 비도 맞았겠다,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이런 분위기를 눈치 챈 S&T그룹 최평규 회장이 참가자 전원에게 해금강 유람선을 태워 주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해무 때문에 유람선은 운항하지 못했고, 우리는 40분 이상 해무만 바라봐야 했다. 대신 막걸리를 몇 병 더 시켰다. 막걸리병은 쌓여갔지만 끝내 해무는 걷히지 않았다. 최 회장이 말했다. "여행은 의외성이 있어. 짜여진 일정대로 하면 그게 일이지 뭐겠어요." 감히 전 국토의 해안누리를 다 걷겠다고 나선 뚝심의 정체를 알겠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